Ice Chaosmos 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I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IV, 100x73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V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VI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IX,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III,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IV, 73x10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V, 110x265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VII, 50x150cm, Pigment Print, 2014

Ice Chaosmos XVI, 85x320cm, Pigment Print, 2014




Artist Statement

I have roamed winter mountains in search of mounds of white snow. This is an exploration of the abstract forms created by snow covering the landscape. During this exploration, I at times wonder what the material property of snow is, not its form. After a mound of snow begins to thaw and glitter with the light of water, it turns to ice again in the cold of night. I realize that it’s all water but it looks quite different as its radiation of rich, gentle light disappears and turns hard and dead in the cold.

Water is in a cycle of transmigration. At the moment when water cannot endure the cold atmosphere, it turns into ice. When the ice becomes warm, it at last returns to water. Freezing seems like a state of death. When water begins to melting in rays of light, it revives in a state of pause. Ice was initially a condensed mass, textures arise following the traces of water, and space is engendered when air enters the cracks. It is like inhaling and exhaling, and air moves in the space. Ice turns gradually to water, and a new life comes into being.

I am enchanted when ice reduces to life from death, and the time when extremely condensed yet tremendous energy arises. Loosened crystals and revived textures in thawing ice seem like signs symbolic of the universe. The world of chaos where life and death are entangled and thus indistinguishable; the world where the coldest moment of water mixes with the hottest moment of water; the state of self-effacement that is water and ice simultaneously; and the most exquisite infinite world where there are all possibilities to see everything.

Work depends on a ray of candlelight in its progress. The candlelight selectively and humbly shines rather than illuminating all. This becomes the light of asceticism that has us shed our infatuation and obsession with useless things, and the light of truth that highlights what we have to see and head for. The visual frame in a new form is engendered by distortion arising from the refraction of tender yet persistent light and its penetration into heterogeneous ice. The camera has left all textures of life -
water, death, life, the universe, thought, and memory in ice as a fossil, witnessing this.



작업노트


한동안, 눈이 만든 백색의 무더기를 좇아 겨울 산을 쏘다녔다. 그것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어버린 눈의 세계가 보여주는 극도의 추상적 이미지, 즉 형태에 관한 탐구였다. 그러다가 문득 눈의 형태가 아닌 물성이 궁금해진 때가 있었다. 볕을 쪼인 눈 둔덕의 표면이 녹아서 반짝반짝 물의 빛으로 빛나던 순간, 다시 찾아온 밤과 추위에 얼음붙이가 되어 예의 풍만하고 부드럽게 발화하는 눈은 사라지고 차갑게 죽은 모양으로 더욱 단단해지던 장면에서. 그 모든 것이 물이었으나 지극히 다른 모습이자 상태임을 깨달았다.

물은 윤회의 삶을 산다. 가장 차가워 견딜 수 없는 순간 얼음으로 변모해 살고 얼음이 가장 뜨거워진 순간 끝내 물로 돌아간다. 언다는 것은 일견 죽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영 죽어있지 않고 빛 한줄기에 녹기 시작할 때 다시 살아나는 일시적 정지 상태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응집된 한 덩어리지만 물이 흘렀던 흔적을 따라 결이 생겨나고 그 틈새로 공기가 들어가 공간을 만든다. 공기가 들숨 날숨 쉬듯 공간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얼음의 결은 조심스레 물이 되어간다. 새로운 생이 태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 지점, 사(死)에서 생(生)으로 회귀하는 때이자 극도로 압축된,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때에 매혹되었다. 녹아가는 얼음 속의 느슨해진 결정과 되살아난 결들은 우주를 상징하는 여러 기호로 보였다. 무엇이 죽음이고 삶인지 모른 채 얽혀 있는 혼돈의 세계. 물의 가장 차가운 순간과 가장 뜨거운 순간이 혼재하는 세계. 물이자 얼음인 몰아의 상태. 그렇기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무한의 세계.

작업은 한 줄기 연약한 촛불에 의지해 진행했다. 촛불은 모두를 밝히기보다 선택적이고 겸손하게, 골몰히 비춘다. 쓸데없는 것에 대한 미혹이나 집착을 버리게 하는 수행의 빛이 된다. 내가 바라봐야 할 것, 가야 할 곳에 집중시키는 구도의 빛이 된다. 연약하나 집요한 빛의 굴절과 불균질한 얼음을 투과하며 생긴 왜곡 현상은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틀을 만들어냈다. 카메라는 그것을 고스란히 목격하며, 얼음 속의 물을, 죽음을, 생명을, 우주를, 생각을, 기억을, 그 모든 생의 ‘결’을 화석으로 남겼다.



The Contemplative Eyes Encapsulated in the Traces of Things
(by Lee Seung- Hoon, Cyart Research Institute)



It is said artist Jung Jung-ho’s work begins with his exploration of form through the medium of photography. And yet, aesthetic experiments with figurative images and formative content is not all of his work. What we often find in his work is a method seemingly focusing attention on photographic thinking rather than results. He said photography is a means by which he witnesses events and thoughts, seeing the evidence left by the traces of time like fossils. In this sense, his exploration of photography seems to be motivated by his concern for the figurative world, his perspective toward this world, and all of his perceptions. His work thus displays an overlap of his artistic imagination and gestures as specific symbolic indicators with the images he captures. That is, the images he captures in photographs are an aspect of nature and indicators of the world he envisages and contemplates.

His works on display at this exhibition showcase details of ice that look like microcosms captured with a close-up lens. The images are like the fine structures of an organism magnified with a microscope or a universe captured with an astronomical telescope. The surface of ice irregularly reflecting candle light seems like another world beyond the visible.

As in his previous work, featuring mountain ridges capped with snow, Jung encapsulated natural objects in photographs. Nevertheless, he wants to show another world implied by the form of things rather than the natural things he chooses to photograph. He wants to reveal a hidden world. He created a sense of dreary, noiseless space in his condensed scenes of nature covered with snow, and now in his ice images we might feel like momentarily existing beings in the middle of a universe where time stands still.

The different aspects and conditions of a material ? water, snow, ice ? are represented in Jung’s photographs. His photographic pieces have the distinctiveness of drawing out minute changes in visual impression. The viewers realize that their eyes are not fixed to a certain point but flow along the grains of matter in the empty blank spaces of white or the halted space engendered by a glimmering light in the deep gloom. They undergo a paradoxical situation in which they respond to some force hidden behind a thing rather than the thing itself. Jung captures the subtle flow of nature.

Jung has been infatuated with the medium of photography because it visually captures every moment of a material. This is also why photography is best to capture minute changes and sensuous elements deriving from every encounter with a material and its condition. Recently however, he carried his ideas a step further, coming more closely to objects and moving beyond his previous contemplative eyes. The artist seems to pay attention to the role of photography at the place where the object of matter meets his spirit in a stream, removing the distance between the material and the artist. Photography is not a medium but his eyes, and now the artist himself.

Through “seeing” and “thinking” through the medium of photography, Jung has discovered he sees and thinks as in a photograph and views the world as a photograph, highlighting the minute details or grains on the surface of matter. He seems to show the flow of the grains is not different from the stream of his spirit and the artist himself and the world are there in a photographic manner. Through his works, we discover the artist himself, or his eyes, focusing on the things he found rather than specific matter and form in the space where noises disappear and the space like death where even time stands still.



사물의 흔적들에 담긴 사유하는 시선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정정호 작가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 형태적 탐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형상적 이미지에 대한 미적 실험이나 매체적 변용 같은 조형적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업에서는 결과물 자체보다는 작업을 통한 사진적 사유에 관심 둔 듯한 표현 방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작가가 언급한 바로는 사진은 그에게 있어서 사건이나 생각을 눈으로 보듯 목격하는 수단이자 화석처럼 특정한 시간 흔적이 담긴 증거물이라고 한다. 그러한 점에서 작가의 보는 행위 혹은 사진 매체에 대한 탐구는 형상적 세계와 그와 반응하는 자신의 시각, 즉 인식 행위 전반에 대한 관심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정정호 작가의 작업은 작가적 상상력과 특정한 상징적 지표인 제스처들이 그가 포착한 이미지에 일정하게 겹쳐져 있다. 다시 말해 작가가 사진으로 포착한 이미지들은 자연의 한 국면이자 작가가 상상하고 사유하는 세계에 대한 일종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업은 소우주처럼 보이는 얼음의 세밀한 형상들을 접사렌즈로 담은 것이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생물의 미세구조 같기도 하고 천체망원경 안으로 들어온 우주 공간의 거시 세계를 포착한 것 같기도 하다. 촛불의 빛이 투영되고 난반사된 얼음의 표면, 얼음 속 기포 구조는 이미 얼음이라는 물질을 넘어 가시권을 벗어난 다른 세계를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일상의 구체적인 형상과는 상관없는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 내린 산등성이 경계만을 백색 공간에 새겨낸 이전 작업에서도 그러했듯 정정호 작가는 자연의 사물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렇지만 자연 이미지 그 자체가 지시하는 사물보다 사물의 형상이 함축하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며 그 이면의 세계로 절묘하게 시선을 이끌어낸다. 눈 덮인 자연의 압축된 화면을 보았을 때에는 소음이 사라진 것 같은 적막하고 비워진 공간감을 경험했고, 얼음에 투영된 세계를 보게 된 지금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우주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찰나적 존재임을 발견하게 된 느낌이다.

정정호 작가의 사진에서는 물, 눈, 얼음처럼 같은 물질의 다른 양태나 다른 조건들이 만난다. 이 시각적 인상에 관한 인간 감각의 미세한 변화를 가장 극적인 상황으로 이끌어내고 몰입하게 하는 독특함이 있다. 관객들은 백색으로 텅 비워진 여백 공간에서 혹은 짙은 어둠 속에 어른거리는 희미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멈춰진 공간에서 시선이 어느 지점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결을 따라 흐른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내 사물 그 자체보다 사물에 감춰진 어떠한 힘과 호응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역설적인 상황을 경험할 것이다. 작가가 포착해낸 결들은 자연의 흐름이지만 그 속에는 자연 이면에서 다가오는 미묘한 감각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정호 작가가 물질의 찰나적인 순간을 시각적으로 포착해내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심취하게 된 것은 사진이 물질과 물질적 조건이 만날 때마다의 미세한 변화와 그로부터 발현되는 감각적 요소들을 가장 잘 고정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그의 생각은 한 차원 더 진보하고 있다. 이전의 관조적인 시선을 넘어서 더 밀접하게 대상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물질과 작가의 거리를 소거시켜 물질이라는 대상과 자신의 정신이 한 흐름 속에서 만나는 그 지점의 사진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사진은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작가의 눈이 되고 있으며, 이제 사진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 ‘보기’ 혹은 ‘사유하기’를 통하여 자신이 사진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고 사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진처럼 세계를 보는 시선이 작가 자신이었음을 발견하면서 다시금 물질의 표피에 흐르는 결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결의 흐름이 자신의 정신 흐름과 다르지 않으며 그곳에 세계가 있고 자신이 있었음을, 사진적 방식의 공간 흔적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그의 작품에서는 텅 비워져 소음도 사라진 적막한 공간, 그리고 시간조차 멈춰버린 죽음 같은 공간 안에서 특정한 물질이나 형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홀로 눈떠 자신이 발견한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가의 눈 그 자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